루아르 (Loire)
루아르(Loire)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 루아르강을 따라 1,000km 넘게 이어지는 와인 산지다. 고성(古城)들이 강변에 줄지어 선 풍경 때문에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는 지역이며, 와인 스타일로 보면 프랑스에서 가장 다채로운 산지다. 드라이 화이트, 스위트, 스파클링, 가벼운 레드, 로제까지 — 한 지역 안에 와인의 거의 모든 장르가 다 있다.
동쪽 끝 — 소비뇽 블랑의 원조
강 상류의 상세르(Sancerre)와 푸이 퓌메(Pouilly-Fumé)는 소비뇽 블랑의 세계적 기준점이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열대과일 폭죽이라면, 이곳의 소비뇽 블랑은 부싯돌과 라임, 절제된 미네랄의 클래식이다. “퓌메(fumé)”는 연기라는 뜻인데, 이 지역 특유의 부싯돌 토양에서 오는 스모키한 뉘앙스를 가리킨다. 염소치즈(셰브르)와 상세르의 조합은 수백 년 검증된 로컬 페어링으로, 산미와 산미가 만나 서로를 부드럽게 만드는 원리의 교과서 사례다.
중부 — 슈냉 블랑의 왕국
투르 주변의 부브레(Vouvray)와 앙주-소뮈르 지역은 슈냉 블랑의 본진이다. 부브레 한 마을에서만 드라이, 오프드라이, 스위트, 스파클링이 전부 나오는데, 같은 품종으로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을 만드는 마을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사브니에르(Savennières)의 강골 드라이 슈냉과 카르 드 숌(Quarts de Chaume)의 귀부 스위트는 애호가들이 “저평가된 보물”로 꼽는 단골 품목이다. 레드도 있다 — 시농(Chinon), 부르괴이(Bourgueil)의 카베르네 프랑은 피망과 라즈베리 향의 가볍고 서늘한 레드로, 살짝 칠링해서 마시는 여름 레드의 대표주자다.
서쪽 끝 — 굴과 뮈스카데
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낭트 근처에서는 뮈스카데(Muscadet)가 나온다. 믈롱 드 부르고뉴라는 품종으로 만드는 극도로 드라이하고 짭짤한 미네랄의 화이트인데, 이 지역이 프랑스 최대 굴 산지와 겹친다는 점이 모든 걸 설명한다. 효모 찌꺼기 위에서 숙성하는 “쉬르 리(sur lie)” 방식으로 미세한 크리미함을 더한 뮈스카데에 생굴 한 접시 — 프랑스식 가성비 미식의 정점으로, 와인 가격이 1~2만 원대라는 게 믿기지 않는 조합이다.
여담
루아르는 프랑스 스파클링 “크레망(Crémant)”의 최대 산지 중 하나다. 샴페인과 같은 병내 2차 발효 방식으로 만드는데 가격은 절반 이하라, “합리적인 축하주”를 찾을 때의 모범답안이다.
루아르 고성 지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년을 보낸 앙부아즈 성도 이곳에 있다 — 다빈치가 마셨을 와인도 루아르였을 것이다.
서늘한 기후 덕분에 알코올이 낮고 산도가 높은 와인이 많아, “내추럴 와인” 운동의 성지 중 하나가 됐다. 파리의 힙한 와인바에서 파는 내추럴 와인 상당수가 루아르산이다.
로제 당주(Rosé d’Anjou)는 살짝 달콤한 로제로, 와인 단맛에 익숙한 입문자들이 로제의 세계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오래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