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을 가리킨다. 유기농·바이오다이나믹으로 기른 포도를, 배양 효모 대신 자연 효모로 발효하고, 여과·청징을 줄이고, 이산화황(아황산염) 첨가를 최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법이다. 서울의 힙한 와인바 리스트를 점령한 그 뿌연 오렌지빛 와인들 — 대부분 이 범주다.
정의가 없는 것이 정의
흥미롭게도 내추럴 와인에는 오랫동안 법적 정의가 없었다. “얼마나 개입을 줄여야 내추럴인가”를 두고 생산자마다 기준이 달라, 유기농 인증(재배 방식 규정)과 달리 양조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 규격은 프랑스의 ‘뱅 메토드 나튀르’ 인증(2020) 등장 전까지 사실상 부재했다. 그래서 내추럴 와인은 규정이라기보다 철학이자 운동에 가깝다 — 대량생산 와인의 획일화에 반발해 1980년대 프랑스 보졸레·루아르에서 시작된 흐름이 랑그독을 거쳐 전 세계로 퍼졌다.
맛의 세계 — 펑키함이라는 무기
개입을 줄이면 맛의 편차가 커진다. 잘 만든 내추럴 와인은 살아 있는 과일과 에너지, 기존 와인 문법에 없던 신선한 표정을 보여주지만, 관리가 어긋나면 마구간·시큼한 식초 뉘앙스 같은 결함성 향이 나기도 한다. 애호가들은 이 예측 불가능성까지 “펑키하다”며 즐기고, 비판자들은 “결함의 미화”라고 맞선다. 뿌옇게 흐린 외관(무여과), 병 속 침전물, 살짝 탄산감이 도는 펫낫(Pét-Nat) 스파클링 — 모두 이 세계의 시그니처다.
여담
- 오렌지 와인(청포도를 껍질째 발효해 호박빛이 도는 와인)은 내추럴 운동과 함께 부활한 조지아의 8천 년 전통 기법이다. 내추럴과 자주 겹치지만 동의어는 아니다.
- 한국은 아시아 내추럴 와인 붐의 중심지 중 하나다. 산미와 감칠맛 중심의 한식 — 특히 발효 음식(김치, 장류) — 과 내추럴 와인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 흥행의 한 축이다.
- “내추럴 = 숙취 없음”은 과장이다. 아황산염이 적을 뿐 알코올은 그대로다. 숙취의 주범은 언제나 마신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