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Portugal)

포르투갈(Portugal)은 유럽 와인의 마지막 보물창고다. 국토는 한국보다 작은데 토착 품종이 250종을 넘고, 그 대부분이 이 나라 밖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국제 품종의 세계화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품종을 고집한 결과, “어디서도 못 마셔본 맛”을 찾는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탐험지가 됐다 — 그것도 유럽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두 개의 강, 두 개의 얼굴
북부 도루 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산지 통제 산지(1756년)이자 포트 와인의 고향이다. 계단식 협곡 밭(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토착 품종들이 달콤한 주정강화 포트와, 21세기 들어 평단을 휩쓴 드라이 레드를 함께 만든다. 북서부 미뉴 지방의 비뉴 베르드는 정반대 얼굴 — 낮은 도수와 미세 기포의 상큼한 “여름 화이트”로 세계 입문자 시장을 사로잡았다. 한 나라의 북쪽에서 세계에서 가장 진한 와인과 가장 가벼운 와인이 동시에 나오는 셈이다.

남쪽의 실속, 알렌테주와 마데이라
중남부 알렌테주는 코르크 참나무 평원 지대에서 부드럽고 관대한 레드를 만드는 “포르투갈의 데일리 와인 창고”다. 대서양 한가운데 화산섬 마데이라(Madeira)는 열과 산화를 역이용한 주정강화 와인으로, 사실상 상하지 않는 “불멸의 와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 200년 된 마데이라가 경매에서 멀쩡히 시음되는 이유다.

여담

포르투갈은 세계 코르크 생산의 절반을 책임지는 나라다. 와인을 만드는 나라이자 전 세계 와인의 마개를 만드는 나라 — 이중으로 와인 산업의 심장인 셈이다.
포트+블루치즈, 비뉴 베르드+정어리구이, 마데이라+견과류 디저트 — 스타일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페어링 폭도 한 나라 안에서 완결된다.
미국 독립선언(1776) 축배주가 마데이라였다는 기록이 있다. 대서양 항로의 중간 기착지였던 섬의 와인이 신대륙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