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Douro)
도루(Douro)는 포르투갈 북부, 도루강이 깎아낸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산지 통제 산지다(1756년 지정 — 보르도 등급보다 100년 빠르다). 계단식 포도밭이 강 양안을 뒤덮은 풍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이 험한 땅에서 두 개의 얼굴 — 포트 와인과 드라이 레드 — 이 만들어진다.
포트 와인 — 전쟁이 만든 달콤함
포트(Port)의 탄생은 17세기 영국-프랑스 전쟁의 부산물이다. 프랑스 와인을 못 마시게 된 영국 상인들이 포르투갈 내륙에서 대체품을 찾았는데, 긴 항해 중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으려 브랜디를 부은 것이 시작이다.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으면서 포도의 단맛이 그대로 남는다 — 알코올 19~20%의 달콤하고 강건한 주정강화 와인은 그렇게 태어났고, 하류 항구 도시 포르투(Oporto)의 이름을 달고 세계로 퍼졌다. 오크통 산화 숙성의 견과류풍 토니(Tawny), 병 숙성의 과일폭탄 루비(Ruby)·빈티지 포트로 갈래가 나뉘며, 최상급 빈티지 포트는 50년 이상 숙성되는 장수 챔피언이다.
드라이 레드 — 도루의 두 번째 인생
21세기 도루의 뉴스는 포트가 아니라 드라이 레드다. 포트용 토착 품종들(투리가 나시오날, 투리가 프랑카, 틴타 로리즈 등)로 주정강화 없이 만든 레드가 2000년대 이후 국제 평단을 휩쓸었다. 검은 과일과 야생화, 편암 미네랄이 응축된 이 스타일은 “포트의 파워에 테이블 와인의 균형”이라는 평을 받으며, 포르투갈 와인 전체의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 상류의 스페인 쪽 이름이 두에로(리베라 델 두에로) — 같은 강이 두 나라에서 각각 최강 레드를 키우는 셈이다.
여담
포트+블루치즈(특히 스틸턴)는 영국이 완성한 클래식 페어링이다. 토니 포트는 견과류 디저트·치즈케이크와, 빈티지 포트는 다크초콜릿과 잘 맞는다.
수확기에는 아직도 발로 포도를 밟는 전통(라가르)이 일부 명가에서 유지된다. 발 밟기가 기계보다 씨를 덜 으깨 섬세한 추출이 된다는, 과학이 인정한 구식이다.
포트 회사들 이름이 테일러, 그레이엄, 다우 등 영국식인 이유는 창업자들이 영국 상인이었기 때문이다. 350년째 이어지는 영국-포르투갈 합작의 역사다.
도루 협곡 열차와 강 크루즈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인 여행 루트로 꼽힌다. 포르투에서 와인 셀러 투어 후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코스가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