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South Afric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은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 생산국이다. 1659년 첫 와인 기록이 남아 있는 350년 전통의 산지인데, 국제 시장 경력은 1994년 민주화 이후 30년 남짓 — “가장 오래된 신인”이라는 역설적 위치가 지금의 역동성을 만든다. 유럽의 절제와 신대륙의 과일 맛 사이 어딘가, 남아공만의 좌표가 있다.

케이프 — 두 대양이 만나는 산지
남아공 와인의 무대는 케이프타운 주변 서부 케이프다. 남극발 벵겔라 한류가 아프리카의 태양을 식혀주는 지중해성 기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드는 화강암·사암 토양이 깔려 있다. 중심은 스텔렌보스카베르네 소비뇽보르도 블렌드의 수도이자 남아공 와인 교육의 심장이다. 해안의 워커 베이는 서늘한 피노 누아·샤르도네, 스와트란드는 올드 바인 슈냉 블랑과 론 스타일 블렌드로 힙한 신세대 양조가들의 성지가 됐다.

피노타주와 슈냉 블랑 — 남아공의 두 얼굴
남아공에는 세계 유일의 자체 개발 품종이 있다. 1925년 스텔렌보스 대학에서 피노 누아와 생소를 교배한 피노타주(Pinotage)다. 자두와 훈연, 커피 뉘앙스의 호불호 갈리는 개성파지만 “남아공다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조용한 진짜 에이스는 슈냉 블랑 — 원산지 프랑스보다 재배 면적이 넓은 세계 최대 슈냉 국가로, 수십 년 된 고목 밭에서 나오는 올드 바인 슈냉은 소믈리에들의 가성비 최애 카드다.

여담

남아공식 숯불 바비큐 “브라이(braai)”는 국경일(9월 24일, 국가 브라이 데이)이 있을 정도의 국민 문화다. 피노타주·시라와의 조합은 한국 숯불구이 정서와 그대로 통한다.
케이프 와인 산지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케이프 식물 왕국 안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 높은 땅에서 포도가 자라는 셈이다.
콘스탄시아의 스위트 와인 “뱅 드 콩스탕스”는 나폴레옹이 유배지 세인트헬레나에서 주문해 마셨다는 기록으로 유명하다. 황제의 마지막 위안이 남아공 와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