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SA)

미국(USA)은 세계 4위 와인 생산국이자 세계 1위 와인 소비국이다. 신대륙 와인의 리더로서,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를 꺾은 이후 반세기 동안 “유럽 밖에서도 위대한 와인이 가능하다”는 명제를 증명해왔다. 생산의 80% 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나오지만, 태평양 연안을 따라 개성이 뚜렷한 산지들이 줄지어 있다.

캘리포니아 — 태양과 자본의 왕국
캘리포니아의 얼굴은 나파밸리다. 파리의 심판의 주인공이자 컬트 카베르네의 성지로, 미국 와인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혼자 짊어진다. 이웃 소노마는 태평양 안개 속에서 피노 누아·샤르도네·진판델을 키우는 실력파의 동네이고, 중부의 파소 로블스는 론 품종과 자유분방함으로 떠오른 신흥 강자다. 스타일의 공통분모는 “잘 익은 과일의 관대함” — 유럽보다 접근이 쉽고 어릴 때부터 맛있는 와인이 미국식 문법이다.

북서부 — 서늘함의 반격
오리건 윌라멧 밸리는 피노 누아 하나로 부르고뉴와 논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섰고, 워싱턴주는 사막 기후의 카베르네·메를로·시라로 “나파의 절반 가격, 유럽의 구조”라는 틈새를 장악했다.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북서부의 서늘함 — 이 두 축이 미국 와인의 스펙트럼을 완성한다.

여담

금주법(1920~33)은 미국 와인 산업을 한 세대 통째로 지워버렸다. 오늘의 번영은 사실상 1960년대 이후 다시 쓴 역사다 — 로버트 몬다비가 그 부흥의 상징적 인물이다.
미국은 품종 표기 와인의 대중화를 이끈 나라다. “지역 대신 품종으로 말하기”가 세계 표준이 된 데에는 미국 마케팅의 공이 크다.
스테이크 하우스+나파 카베르네, 연어+오리건 피노, 바비큐+진판델 — 미국식 페어링은 자국 음식 문화와 함께 성장했고, 한국식 숯불구이 문화와도 호환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