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Merlot)
메를로(Merlot)는 부드럽고 둥근 맛으로 사랑받는 레드 와인 품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각 잡힌 정장이라면 메를로는 잘 다려진 니트 같은 존재. 떫은맛이 강하지 않고 과일향이 풍부해서 “레드 와인은 떫어서 싫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권하게 되는 품종이다.
맛과 향
자두, 블랙체리 같은 잘 익은 과실향이 중심이고, 타닌이 벨벳처럼 부드럽다. 오크 숙성을 거치면 초콜릿, 모카 같은 달콤한 뉘앙스가 더해진다. 마시자마자 “아, 맛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직관적인 매력이 있어서, 어려운 설명 없이도 통하는 와인이다.
보르도의 숨은 주인공
흔히 보르도 하면 카베르네 소비뇽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심어진 품종은 메를로다. 특히 우안(생테밀리옹, 포므롤)에서는 메를로가 주인공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인 페트뤼스(Pétrus)가 거의 100% 메를로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메를로 = 무난한 와인”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깨준다.
어디서 만들까
프랑스 보르도 외에 칠레, 미국 캘리포니아,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많이 재배된다. 마트 와인 코너의 1~2만 원대 칠레 메를로는 실패 확률이 낮은 안전한 선택지로 통한다.
여담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주인공이 “메를로 마실 거면 난 간다”라고 독설한 뒤 미국 메를로 판매량이 실제로 떨어졌다. 억울한 건, 정작 주인공이 아끼는 인생 와인(슈발 블랑)이 메를로 블렌드였다는 점이다.
이름의 유래는 프랑스어로 지빠귀(merle)라는 새. 이 새가 메를로 포도를 유난히 좋아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불고기, 갈비찜처럼 양념에 단맛이 있는 한식과 잘 어울린다. 타닌이 부드러워 간장 양념과 충돌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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