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닌(Tannin)은 레드 와인을 마셨을 때 입안이 마르고 조이는 듯한 떫은 느낌을 만드는 성분이다. 덜 익은 감을 베어 물었을 때, 진하게 우린 홍차를 마셨을 때의 그 감각 — 그게 바로 타닌이다. 포도의 껍질, 씨, 줄기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화합물로, 레드 와인은 껍질과 함께 발효하기 때문에 타닌이 많고 화이트 와인은 즙만 짜서 만들기 때문에 거의 없다.
맛이 아니라 촉감이다
엄밀히 말하면 타닌은 맛(미각)이 아니라 촉감이다. 타닌이 침 속의 단백질과 결합해 윤활 기능을 떨어뜨리면서 입안이 꺼끌꺼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 표현에서 타닌은 “떫다/부드럽다”를 넘어 “벨벳 같다”, “모래 같다”, “각졌다”처럼 질감의 언어로 묘사된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네비올로는 타닌이 강한 대표 품종이고, 피노 누아와 가메는 부드러운 쪽의 대표다.
타닌은 왜 필요할까
떫은맛이 단점처럼 들리지만, 타닌은 레드 와인의 뼈대이자 방부제다. 와인의 구조감을 만들고, 산화를 늦춰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한다. 어릴 때 강철 같던 바롤로가 10년 뒤 부드러워지는 것은 타닌 분자들이 서로 결합해 커지면서 떫은 감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숙성 잠재력이 있다”는 말은 상당 부분 “타닌이 받쳐준다”는 뜻이다.
고기와 만나면 마법이 일어난다
스테이크에 레드 와인이 공식인 과학적 이유가 타닌이다. 타닌이 침 대신 고기의 단백질·지방과 결합하면서 떫은맛은 줄고 고기의 느끼함은 씻겨나간다. 서로의 단점을 지워주는 상부상조 — 페어링의 제1원리가 이 한 쌍에 담겨 있다.
여담
- 타닌은 와인 말고도 홍차, 커피, 다크초콜릿, 감에 들어 있다. “홍차를 진하게 우리면 떫어지는” 경험이 있다면 이미 타닌 전문가다.
- 오크통 숙성도 타닌을 더한다. 포도 타닌과 오크 타닌은 결이 달라서, 소믈리에들은 이 둘을 구분해 표현하기도 한다.
- 타닌의 떫은 감각은 치즈와 만나도 부드러워진다. “레드 와인+치즈 플래터”가 만국 공통 조합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