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France)
프랑스(France)는 와인 세계의 기준점이다. 생산량으로는 이탈리아와 1위를 다투는 정도지만, 영향력으로는 비교 대상이 없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주요 품종의 대부분 —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시라 — 이 프랑스 태생이고, 원산지 명칭 제도(AOC), 테루아 개념, 샤토와 도멘 문화까지 와인의 문법 자체가 이 나라에서 만들어졌다. 신대륙 와인조차 “보르도 스타일”, “부르고뉴 스타일”이라는 프랑스어 좌표로 자신을 설명한다.
지역이 곧 스타일
프랑스 와인의 특징은 라벨에 품종 대신 지역명을 쓴다는 점이다. “이 땅에서 나면 이 맛”이라는 테루아 철학의 표현인데, 덕분에 지역별 개성이 어느 나라보다 뚜렷하다. 보르도는 카베르네·메를로 블렌딩의 구조적인 레드, 부르고뉴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순수주의, 상파뉴는 세계 유일의 샴페인, 론은 시라와 그르나슈의 태양, 루아르는 다채로운 화이트의 정원, 알자스는 아로마틱 화이트의 전시장, 프로방스는 로제의 본진, 랑그독은 가성비의 신흥 강자다 — 여덟 지역의 성격만 잡아도 프랑스 와인 지도의 뼈대가 선다.
등급의 나라
프랑스는 와인을 줄 세우는 데 진심인 나라다. 1855년 보르도 등급,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밭 체계, 상파뉴의 크뤼 마을 등급 — 방식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열화를 통한 품질 보증”이라는 원리는 같다. 1935년 정립된 AOC(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는 이후 이탈리아 DOC, 스페인 DO 등 전 세계 와인법의 원형이 됐다.
여담
프랑스인의 1인당 와인 소비는 지난 60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물 대신 와인”의 시대는 끝났지만, 덜 마시고 더 좋은 걸 마시는 방향으로 문화가 이동한 결과다.
“프렌치 패러독스” —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데 심장질환이 적은 프랑스인의 역설이 1991년 미국 방송을 타면서 레드 와인 붐의 방아쇠가 됐다.
프랑스 요리와 와인의 지역 궁합(부르고뉴 와인+코코뱅, 알자스 리슬링+슈크루트)은 “그 땅의 와인은 그 땅의 음식과”라는 페어링 제1원칙의 살아 있는 교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