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재배부터 양조까지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이다. 유기농·바이오다이나믹 포도, 자연 효모 발효, 최소한의 여과, 이산화황 최소화 — 규정이라기보다 철학에 가까운 이 흐름은, 서울의 와인바 지도를 바꿔놓은 현재진행형 무브먼트다. 뿌옇게 흐린 외관과 살아 있는 산미가 시그니처다.

왜 뿌옇고, 왜 시큼한가
여과와 청징을 줄이면 와인이 흐려지고 병 바닥에 침전물이 남는다 — 결함이 아니라 “덜 만졌다”는 흔적이다. 배양 효모 대신 포도밭의 자연 효모로 발효하면 맛의 편차가 커지는데, 잘 되면 기존 와인 문법에 없던 생동감이, 어긋나면 마구간·식초 뉘앙스가 나온다. 애호가들은 이 예측 불가능성까지 “펑키하다”며 즐긴다. 청포도를 껍질째 발효한 오렌지 와인, 병에서 1차 발효를 끝내는 자연 발포 펫낫(Pét-Nat)이 이 세계의 대표 장르다.

내추럴과 한식 — 흥행의 비밀
한국이 아시아 내추럴 와인 붐의 중심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내추럴 특유의 산미·감칠맛 결이 김치·장류 같은 발효 음식과 같은 방향을 보기 때문이다 — 발효의 술과 발효의 음식이 통한다는, 직관이 과학이 된 사례다. 차게 마시는 가벼운 내추럴 레드에 삼겹살·전을 곁들이는 것이 한국식 내추럴 문법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여담

“내추럴 = 숙취 없음”은 과장이다. 아황산염이 적을 뿐 알코올은 그대로 — 숙취의 주범은 언제나 마신 양이다.
내추럴 와인은 온도·보관에 민감하다. 냉장 보관이 기본이고, 열자마자보다 잔에서 조금 열린 뒤가 진짜 얼굴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