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Spain)
스페인(Spain)은 세계에서 포도밭 면적이 가장 넓은 나라다. 생산량은 프랑스·이탈리아에 이은 3위인데 재배 면적은 1위 — 건조한 고원에서 나무를 듬성듬성 심는 전통 때문이다. 오랫동안 “양 많고 값싼 와인의 나라”로 통했지만, 지난 30년의 품질 혁명으로 이제는 “유럽 최고의 가성비와 최상급 파인 와인을 동시에 가진 나라”가 됐다.
템프라니요의 나라, 그리고 그 너머
스페인 레드의 중심축은 템프라니요다. 리오하는 오크 숙성의 부드러운 클래식을, 리베라 델 두에로는 고원의 강건한 파워를 담당하며 같은 품종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카탈루냐 산골의 프리오라트는 늙은 가르나차로 만드는 응축된 컬트 레드의 성지다. 화이트와 스파클링도 만만치 않다 — 갈리시아의 알바리뇨는 해산물 화이트의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고, 카바(Cava)는 샴페인 방식 스파클링을 3분의 1 가격에 제공하는 실속 카드다. 그리고 남쪽 끝 헤레스의 셰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자적 양조 문명이다.
숙성을 선물하는 나라
스페인 와인 문화의 독특한 미덕은 “와이너리가 숙성을 대신해준다”는 점이다. 크리안사-레세르바-그란 레세르바로 이어지는 숙성 등급 표기 덕분에, 소비자는 셀러 없이도 마시기 좋게 익은 와인을 살 수 있다. 그란 레세르바급이 5~7만 원대라는 사실은 숙성 와인 입문자에게 스페인이 최적의 출발점인 이유다.
여담
타파스 문화는 와인 페어링의 훌륭한 교보재다. 하몽+템프라니요, 감바스+알바리뇨, 올리브+피노 셰리 — 작은 접시 하나마다 와인 한 모금씩 바꿔 마시는 것이 스페인식 정석이다.
스페인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고목 밭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건조한 기후 덕에 필록세라 이후 재건된 밭들이 장수한 결과로, “올드 바인 가르나차”는 소믈리에들의 가성비 치트키다.
리오하 아로 마을의 “와인 전투” 축제, 라만차의 돈키호테 풍차 옆 포도밭 — 와인과 축제·문학이 뒤섞인 풍경이 스페인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