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오라트 (Priorat)

프리오라트(Priorat)스페인 카탈루냐 내륙, 바르셀로나에서 두 시간 거리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숨어 있는 산지다. 리오하와 함께 스페인 최고 등급(DOCa/DOQ)을 가진 단 둘뿐인 지역인데, 두 곳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리오하가 전통 명가라면 프리오라트는 폐허에서 부활한 록스타 — 1980년대까지 버려지다시피 했던 산골이 20년 만에 스페인에서 가장 비싼 와인 산지가 된 현대 와인사의 대표 반전극이다.

리코레야 — 반짝이는 검은 돌
프리오라트의 정체성은 토양에 있다. 리코레야(llicorella)라 불리는 검붉은 점판암이 산비탈을 뒤덮고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운모 조각이 반짝이는 이 척박한 돌밭에서 포도나무는 물을 찾아 수 미터씩 뿌리를 내린다. 수확량은 처참하게 적지만 그만큼 농축된 열매가 맺힌다. 경사 60도에 육박하는 계단식 밭은 기계가 못 들어가 노새가 아직 현역으로 일하는 곳도 있다 — “영웅적 재배(heroic viticulture)”라는 공식 용어가 이 지역을 위해 존재한다.

1989년의 다섯 괴짜
중세 수도원(이름의 유래인 ‘프리오라토’) 시절부터 와인을 만들던 이 땅은 필록세라와 이촌향도로 20세기 내내 몰락해 있었다. 1989년, 르네 바르비에와 알바로 팔라시오스를 비롯한 다섯 양조가가 “이 버려진 고목 밭이 보물”이라며 들어와 각자의 클로(Clos)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10년 뒤 팔라시오스의 레르미타(L’Ermita)가 스페인 최고가 와인 반열에 오르며 도박은 신화가 됐다. 늙은 가르나차와 카리녜나(카리냥) 고목에 약간의 국제 품종을 더한 프리오라트 레드는 검은 과일과 감초, 젖은 돌의 미네랄이 응축된 강렬한 스타일로, “마시는 리코레야”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여담

프리오라트 마을 인구를 다 합쳐도 수천 명 남짓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비싼 와인들이 가장 조용한 산골에서 나온다.
양고기 구이, 하몽, 숯불 스테이크 같은 진한 육류가 정석 파트너다. 알코올과 농축미가 강한 만큼 음식도 힘이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
이웃한 몬산트(Montsant) DO는 “프리오라트의 절반 가격 대안”으로 통한다. 리코레야 밭 일부를 공유하면서 가격은 한결 부드럽다.
수도원 유적(스칼라 데이)이 아직 남아 있다. 12세기 수도사들이 고른 밭에서 21세기 컬트 와인이 나오는, 900년짜리 입지 선정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