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Germany)
독일(Germany)은 세계 화이트 와인의 북방 한계선에서 정점을 만든 나라다. 포도가 겨우 익는 위도(북위 49~51도)라는 약점을 리슬링 하나로 뒤집어, “서늘함이야말로 위대함의 조건”이라는 명제를 증명했다. 19세기 말 독일 리슬링이 보르도 1등급보다 비싸게 팔렸다는 사실은, 이 나라 와인의 잠재력이 유행이 아니라 역사임을 말해준다.
리슬링 — 독일의 알파이자 오메가
독일 와인의 중심은 압도적으로 리슬링이다. 모젤은 점판암 절벽에서 깃털처럼 가볍고 투명한 스타일을, 라인가우는 남향 강변에서 단단하고 정갈한 스타일을 만든다 — 두 산지의 비교가 곧 독일 리슬링 입문 커리큘럼이다. “독일 와인 = 달다”는 편견과 달리 현재 독일 내수의 주류는 드라이(트로켄)이며, 최상급 드라이 밭 등급인 그로세스 게벡스(GG)가 세계 시장에서 부르고뉴 화이트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도의 사다리, 프래디카트
독일 라벨의 암호들 — 카비네트, 슈페트레제,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 — 은 수확 시점의 포도 당도 등급이다. 사다리 꼭대기의 귀부 와인 TBA와 언 포도를 짜는 아이스바인(Eiswein)은 세계 경매 시장 최고가를 다투는 스위트의 정점이다. 이 정교한 분류 체계 자체가 “한계 기후에서 익음의 정도가 곧 등급”이었던 독일 와인사의 기록이다.
여담
리슬링+매운 한식은 소믈리에들의 공인 치트키다. 은은한 단맛과 낮은 알코올이 캡사이신을 진정시킨다 — 떡볶이, 양념치킨, 김치찌개와의 궁합은 독일인들이 알면 놀랄 발견이다.
독일은 사실 피노 누아(슈페트부르군더) 세계 3위 생산국이다. 온난화와 양조 발전이 맞물려 “독일 레드”가 평단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중이다.
젝트(Sekt)라 불리는 독일 스파클링의 1인당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리슬링으로 만든 고급 젝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실속 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