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김치찌개와 와인한식 페어링의 최고 난도 문제로 꼽힌다. 신맛(발효), 매운맛(고춧가루), 감칠맛(돼지고기·젓갈), 뜨거운 온도까지 — 와인을 괴롭히는 요소가 총출동한 국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난제를 풀고 나면, 한식 페어링의 원리 대부분을 이해한 것이 된다.

추천 와인
제1원칙은 산도 맞불이다. 묵은지의 발효 산미에는 와인도 산도가 높아야 밀리지 않는다 — 산지오베제(키안티)가 의외의 강자인 이유다(신맛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매운맛까지 고려한 종합 답안은 오프드라이 리슬링 — 은은한 단맛이 매운맛을 진정시키고 산도가 발효 산미를 받아낸다. 돼지고기 지방이 많은 찌개라면 살짝 칠링한 가메, 모험 카드로는 산미·감칠맛 결의 내추럴 와인이 한국 와인바들의 실전 픽이다.

페어링 포인트
국물 온도가 복병이다. 뜨거운 국물 직후의 와인은 알코올이 도드라지니, 밥·건더기 한 입을 사이에 두고 마시는 리듬이 좋다. 참치 김치찌개라면 기름진 감칠맛이 늘어 로제도 잘 붙는다.

여담

“김치찌개에 어울리는 와인 찾기”는 국내 소믈리에 스터디의 단골 과제다. 이 문제의 답이 곧 한식 페어링 실력의 척도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김치의 유산균 발효와 와인의 젖산발효는 같은 계열의 과학이다 — 발효 음식끼리 통한다는 직관에는 근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