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슬링(Riesling)
리슬링(Riesling)은 독일이 세계에 자랑하는 화이트 품종이다. 소믈리에와 와인 평론가들이 “가장 저평가된 위대한 품종”으로 입을 모아 꼽는 품종이기도 하다. 드라이부터 꿀처럼 달콤한 디저트 와인까지, 한 품종이 커버하는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은 경우는 드물다.
“리슬링 = 달다”는 오해
한국에서 리슬링은 “달달한 화이트”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절반만 맞는 얘기다. 독일 내수 시장에서는 오히려 드라이(트로켄, Trocken) 리슬링이 주류이고, 알자스 리슬링은 대부분 뼛속까지 드라이하다. 달콤한 리슬링은 스펙트럼의 한쪽 끝일 뿐이다. 라벨에 Trocken(드라이), Kabinett(가벼운 단맛), Spätlese(늦수확, 더 달콤) 같은 표기를 읽을 줄 알면 원하는 당도를 정확히 고를 수 있다.
맛과 향
라임, 청사과, 복숭아, 흰 꽃 향에 산도가 매우 높다. 이 강렬한 산도가 단맛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달콤한 리슬링도 물리지 않고 계속 들어간다. 숙성되면 특유의 “페트롤 향”(휘발유 비슷한 미네랄 뉘앙스)이 나타나는데, 결점이 아니라 잘 숙성된 리슬링의 훈장으로 통한다.
어디서 만들까
독일 모젤(Mosel)과 라인가우(Rheingau)가 성지다. 모젤의 아찔한 경사면 포도밭은 기계가 못 들어가 지금도 손으로 수확한다. 그 외 프랑스 알자스, 호주 클레어 밸리·에덴 밸리, 미국 워싱턴주가 주요 산지다.
여담
매운 한식·아시안 푸드와의 궁합이 화이트 품종 중 최강으로 꼽힌다. 약간의 단맛과 낮은 알코올이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진정시켜주기 때문. 떡볶이, 양념치킨, 태국 커리에 오프드라이 리슬링은 소믈리에들의 치트키 조합이다.
19세기 말 독일 리슬링은 보르도 그랑 크뤼보다 비싸게 거래되던 세계 최고가 와인이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명성이 무너졌고, 아직도 그 시절 위상을 회복 중이다.
산도가 워낙 높아 10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한 화이트로 유명하다. 경매에 나오는 19세기 리슬링이 아직도 마실 만하다는 시음기가 종종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