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올로(Nebbiolo)
네비올로(Nebbiolo)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자존심이자,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바롤로(Barolo)를 만드는 품종이다. 색은 연한데 타닌은 강철 같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반전 품종이기도 하다.
안개의 포도
이름은 이탈리아어 “nebbia(안개)”에서 왔다. 네비올로가 익는 늦가을이면 피에몬테 랑게 언덕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데, 그 풍경에서 이름을 따왔다. 수확이 10월 말까지 늦어지는 만생종이라, 안개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포도인 셈이다.
겉은 피노, 속은 카베르네
잔에 따르면 피노 누아처럼 연한 벽돌빛이라 가벼워 보이지만, 한 모금 마시면 강력한 타닌과 산도가 입안을 조여온다. 이 반전 때문에 어릴 때는 접근하기 어렵고, 10년 이상 숙성을 거쳐야 장미, 타르, 체리, 트러플 향이 겹겹이 피어난다. “기다림의 미학”을 가장 극단적으로 요구하는 품종이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같은 네비올로로 만들어도 바롤로는 힘 있고 남성적,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상대적으로 우아하고 여성적이라고 흔히 비유된다. 입문용으로는 좀 더 가볍게 만든 “랑게 네비올로(Langhe Nebbiolo)”가 2~4만 원대라 부담이 적다.
여담
피에몬테는 알바 화이트 트러플의 산지이기도 하다. 트러플 파스타에 바롤로 한 잔은 이 지역이 완성한 궁극의 로컬 페어링. 한국에서는 트러플 오일 파스타나 버섯 크림 리소토로 비슷한 경험을 낼 수 있다.
네비올로는 피에몬테 밖으로 나가면 유독 힘을 못 쓰는 품종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가 시도했지만 아직 피에몬테급 네비올로를 만든 곳이 없다. 테루아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한 품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