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멧 밸리 (Willamette Valley)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남쪽에 자리한, 미국 피노 누아의 수도다. 부르고뉴와 같은 위도(북위 45도), 비슷하게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피노 누아 하나에 올인한 집념까지 — “미국 안의 부르고뉴”라는 별명이 마케팅이 아니라 지리학인 동네다.
미친 짓이라 불렸던 개척
1965년 데이비드 렛(David Lett)이 캘리포니아 대학의 만류 — “오리건에서 피노 누아는 불가능하다” — 를 뒤로하고 윌라멧에 첫 피노 누아를 심었다. 조롱받던 이 도박은 1979년 파리 와인 올림픽에서 그의 아이리 빈야드(Eyrie Vineyards) 피노가 부르고뉴 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반전 드라마가 됐다. 충격받은 부르고뉴의 명문 드루앵(Drouhin) 가문이 아예 윌라멧에 땅을 사서 도멘 드루앵 오리건을 세운 것이 1987년 — 원조가 이주해온 것만큼 확실한 인증은 없다.
윌라멧 피노의 성격
서늘하고 긴 생장 기간 덕분에 윌라멧 피노 누아는 레드체리와 크랜베리, 숲 바닥의 흙내음, 홍차 같은 섬세한 타닌을 갖춘다. 캘리포니아 피노의 농익은 과일과 부르고뉴의 엄격함 사이 어디쯤 — “신대륙의 접근성과 구대륙의 절제를 동시에”라는 평이 따라붙는다. 화산토(조리) 언덕과 해양 퇴적토 언덕의 스타일 차이가 뚜렷해, 던디 힐스·리본 리지 등 소구역 비교 시음이 애호가들의 놀이가 됐다. 샤르도네와 피노 그리도 빠르게 성장 중인 서브 라인업이다.
여담
오리건은 라벨 규정이 미국에서 가장 엄격하다. 품종 표기 시 해당 품종 90% 이상(연방 기준은 75%)을 요구해, “피노 누아라고 쓰면 진짜 피노 누아”라는 신뢰를 제도로 만들었다.
윌라멧 피노 누아 + 연어는 미국 북서부의 상징적 페어링이다. 오리건 연어, 버섯(이 지역은 야생 버섯 천국이기도 하다), 오리고기와의 조합은 실패 확률이 없다시피 하다.
매년 7월 열리는 IPNC(국제 피노 누아 축제)에는 부르고뉴 생산자들이 단골로 참석한다. 두 산지의 브로맨스가 공식화된 행사다.
포틀랜드의 힙스터 문화와 맞물려 소규모 내추럴·바이오다이나믹 생산자 비율이 미국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