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그리/피노그리지오(Pinot Gris/Pinot Grigio)
피노 그리(Pinot Gris), 이탈리아 이름으로는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시라/쉬라즈처럼 같은 품종이 나라에 따라 다른 이름과 다른 스타일로 불리는 케이스다. 프랑스식 이름이면 풍만하고 진한 스타일, 이탈리아식 이름이면 가볍고 상큼한 스타일이라고 기억해두면 라벨 읽기가 쉬워진다.
회색 피노?
이름의 그리(gris)/그리지오(grigio)는 “회색”이라는 뜻이다. 포도알 껍질이 화이트 품종치고 유난히 짙은 분홍빛·회보라빛을 띠어서 붙은 이름이다. 피노 누아의 돌연변이로 태어난 품종이라, 족보상 그 예민한 레드의 형제뻘이다. 껍질 색이 진한 덕분에 껍질 접촉을 길게 하면 살구빛 오렌지 와인 스타일도 만들 수 있다.
두 얼굴의 스타일
이탈리아 북부의 피노 그리지오는 레몬·청사과 향의 가볍고 드라이한 스타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이트 카테고리 중 하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하우스 화이트의 단골이기도 하다. 반면 프랑스 알자스의 피노 그리는 잘 익은 배, 꿀, 훈연 뉘앙스가 있는 묵직한 스타일로, 화이트인데도 가벼운 육류 요리를 받아낼 만큼 힘이 있다.
여담
“부담 없는 화이트 한 잔”이 필요한 거의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만능 카드다. 샐러드, 카프레제, 해산물 파스타, 브런치 — 어디에 갖다 놔도 무난히 제 몫을 한다.
미국 오리건에서는 프랑스식으로 “피노 그리”라고 표기하며 알자스와 이탈리아의 중간쯤 되는 스타일을 만든다. 이름 표기만 봐도 지향점을 알 수 있는 셈이다.
독일에서는 “그라우부르군더(Grauburgunder)”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한 품종이 이름을 세 개나 갖고 있는, 다국적 활동의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