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혼술 와인은 나 하나만 만족시키면 되는, 가장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이다. 눈치 볼 사람도, 맞춰야 할 취향도 없다 — 다만 혼자만의 조건이 있다. 한 병을 다 못 마실 수 있고, 안주는 간단하고, 따는 것부터 정리까지 전부 내 몫이라는 것. 혼술 와인 선택의 문법은 이 세 가지 조건에서 나온다.
혼술의 3대 조건에 맞는 와인
첫째, 남겨도 되는 와인 — 스크류캡 와인은 다시 닫아 냉장고에 넣으면 끝이라 혼술의 제1 아군이다(뉴질랜드·호주 화이트 대부분). 개봉 후에도 오래 버티는 셰리·포트 같은 주정강화 와인도 “한 잔씩 며칠” 전략의 강자다. 둘째, 낮은 도수 — 혼자서 알코올 14.5%는 다음 날이 무겁다. 모스카토 다스티(5%대), 비뉴 베르드(9~11%), 모젤 리슬링(8~11%)이 부담 없는 구간이다. 셋째, 간단 안주 호환성 — 편의점 치즈·과자·치킨과 두루 맞는 스파클링과 가벼운 레드(가메, 피노 누아)가 실전적이다.
혼술이라서 가능한 것
역설적으로 혼술은 공부에 최적이다. 같은 와인을 첫 잔부터 마지막 잔까지 시간차를 두고 마시며 변화를 추적하는 것, 어제 딴 와인과 오늘의 맛을 비교하는 것 — 여럿이서는 불가능한 관찰이 혼자서는 된다. 반 병 남긴 와인이 다음 날 더 열리는 경험은 혼술러만의 특권이다.
여담
하프 보틀(375ml)은 혼술을 위해 존재하는 포맷이다. 샴페인·소테른 하프 보틀은 “혼자서도 격식 있게”의 답이다.
남은 와인은 병 세워서 냉장 보관이 기본 — 레드도 냉장고에 넣고, 마시기 30분 전 꺼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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