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Tuscany)
토스카나(Toscana)는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와 시에나를 품은 와인 산지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선 완만한 언덕, 르네상스의 도시들, 그리고 산지오베제 — 여행 엽서 속 “이탈리아”의 이미지가 곧 토스카나다. 이탈리아 와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이며, 전통과 반란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역사를 갖고 있다.
키안티 — 이탈리아 와인의 대명사
토스카나의 중심에는 키안티(Chianti)가 있다.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 언덕 지대에서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만드는 이 와인은 수백 년간 이탈리아 식탁의 표준이었다. 주의할 점 하나 —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는 다르다. 클라시코는 역사적 원조 구역에서 더 엄격한 규정으로 만든 상위 버전으로, 병목의 검은 수탉(갈로 네로) 마크가 인증 표시다. 전설에 따르면 중세 피렌체와 시에나가 국경을 정할 때 “닭이 울면 기수가 출발해 만나는 지점을 경계로 하자”고 합의했는데, 피렌체가 검은 수탉을 굶겨 새벽같이 울게 만들어 영토를 왕창 가져갔다고 한다. 그 승리의 검은 수탉이 지금도 와인 라벨을 지키고 있다.
몬탈치노와 몬테풀치아노 — 산지오베제의 정점
토스카나 남부의 몬탈치노(Montalcino) 마을은 산지오베제 100%로 만드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고향이다. 최소 5년(리제르바는 6년) 숙성 후 출시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정을 지키며, 이탈리아 최정상급 레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형제 격인 로쏘 디 몬탈치노는 같은 밭에서 나온 “브루넬로의 동생”으로, 절반 이하 가격에 그 스타일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실속 코스다. 근처 몬테풀치아노 마을의 비노 노빌레(Vino Nobile di Montepulciano)도 “귀족의 와인”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전통 강자다. 참고로 아브루초의 품종 이름 “몬테풀치아노”와 이 마을 이름은 완전히 별개라, 이탈리아 와인 최대의 이름 함정으로 악명 높다.
슈퍼 투스칸 — 규정을 깬 반란자들
1970년대, 일부 토스카나 생산자들이 사고를 쳤다. “산지오베제만 써라”는 전통 규정을 무시하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같은 보르도 품종을 심어 와인을 만든 것이다. 규정 위반이라 최하위 등급(비노 다 타볼라, 테이블 와인)으로 팔아야 했는데, 문제는 이 “테이블 와인”들이 세계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그랑 크뤼급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시카이아(Sassicaia), 티냐넬로(Tignanello), 오르넬라이아(Ornellaia)로 대표되는 이 반란자들을 시장은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이라 불렀고, 결국 이탈리아 정부가 등급 체계(IGT 신설)를 고쳐 이들을 제도권으로 받아들였다. 규칙을 어긴 와인이 규칙을 바꾼, 와인 역사상 가장 통쾌한 하극상이다.
여담
토마토 소스 파스타, 피자, 라구를 얹은 요리와 키안티의 궁합은 페어링의 알파벳이다. 산지오베제의 높은 산도가 토마토의 산미와 나란히 가기 때문인데, 결국 “그 땅의 와인은 그 땅의 음식과 먹으라”는 오래된 격언의 증명이다.
피렌체 명물 티본 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에는 브루넬로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가 정석 조합이다. 1kg짜리 티본을 셋이서 나누고 병 하나를 비우는 게 현지 국룰.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가 언급해 유명해진 와인이 키안티다. 대사 덕분에 미국 내 키안티 판매가 뛰었다는 후문이 있다.
토스카나에는 화이트도 있다 — 산 지미냐노 마을의 베르나차(Vernaccia)는 미켈란젤로가 “입맞춤하고, 물고, 쏘는 와인”이라 묘사한 역사적 화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