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토 (Veneto)
베네토(Veneto)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치아와 베로나를 품은 와인 산지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이며, 스타일의 폭도 넓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파클링 프로세코, 말린 포도로 만드는 진한 아마로네, 가벼운 데일리 레드 발폴리첼라, 상큼한 화이트 소아베까지 — 파티부터 명상까지 모든 상황을 커버하는 만능 산지다.
프로세코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버블
글레라(Glera) 품종으로 만드는 프로세코(Prosecco)는 판매량 기준으로 샴페인을 제친 지 오래인 세계 1위 스파클링이다. 비결은 탱크 방식(샤르마) 양조 — 병이 아니라 대형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해 비용을 낮추고, 배·복숭아·꽃향의 신선함을 그대로 살린다. 샴페인의 빵향 대신 과일향, 무게감 대신 청량함. 1~2만 원대 가격까지 더해져 “부담 없는 축하주”의 세계 표준이 됐다. 아페롤 스프리츠의 베이스로도 쓰이니, 유럽 노천카페의 주황색 잔 안에도 베네토가 들어 있는 셈이다.
아마로네 — 말린 포도의 연금술
베네토의 진짜 자존심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다. 수확한 포도를 바로 짜지 않고 대나무 발이나 나무 상자에서 3~4개월 말리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공법을 쓴다. 수분이 빠지며 당분과 향이 농축된 건포도 상태의 포도로 발효하면, 알코올 15~16%의 진하고 벨벳 같은 드라이 레드가 나온다. 체리잼, 초콜릿, 말린 무화과 향의 이 와인은 “겨울밤의 와인”, “명상의 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같은 밭의 포도로 말리지 않고 만들면 가벼운 발폴리첼라, 아마로네 찌꺼기 위에서 재발효시키면 중간 단계인 리파소(Ripasso)가 된다 — 리파소는 “가난한 자의 아마로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실속 구간이다.
소아베 — 재평가받는 화이트
가르가네가(Garganega) 품종으로 만드는 소아베(Soave)는 한때 “싸구려 대량 생산 화이트”의 대명사로 저평가됐지만, 최근 클라시코 구역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아몬드와 흰 꽃 향의 미네랄리티 넘치는 화이트로 명예를 회복 중이다. 2만 원 안팎으로 이탈리아 화이트의 격을 경험할 수 있는 재발견 구간이다.
여담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다. 매년 4월 베로나에서 열리는 빈이탈리(Vinitaly)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 박람회로, 이 기간 도시 전체가 와인으로 들썩인다.
아마로네와 숙성 치즈(파르미지아노, 아마로네에 씻은 우브리아코 치즈)는 현지 국룰 조합이다. 한국식으로는 갈비찜, 장조림처럼 진한 간장 단맛 요리와 의외로 잘 맞는다.
프로세코 언덕(코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탈리아 와인 산지의 유네스코 3연속 등재(피에몬테, 프로세코, 그리고 토스카나 발도르차)다.
말린 포도 양조법은 고대 로마 시대 기록에도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기술이다. 아마로네는 사실 2천 년 묵은 레시피의 현대 버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