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딸보(Chateau Talbot)는 보르도 생줄리앙의 그랑크뤼 클라세 4등급 와인이다. 한국에서 “아는 보르도”를 물으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이름이고, 그만큼 접대 자리와 선물 코너에서 오래 사랑받아 왔다. 등급으로는 4등급이지만 실제 평가와 인지도는 그 위 등급들과 겨루는 수준이라, “등급표가 전부는 아니다”를 설명할 때 자주 소환되는 와인이기도 하다.
한눈에 보기
이름의 유래 — 영국 장군의 이름을 단 프랑스 와인
딸보라는 이름은 백년전쟁 시기 이 지역을 다스렸던 영국 장군 존 탤벗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그는 1453년 카스티용 전투에서 전사했고, 이 전투로 백년전쟁이 사실상 끝나면서 보르도는 프랑스 땅이 됐다. 프랑스 최고 산지의 와인이 영국 장군의 이름을 달고 있는 셈인데, 와인을 앞에 두고 풀기 좋은 이야깃거리다.
테이스팅 포인트
블랙커런트와 자두 같은 검은 과일이 중심에 있고, 삼나무와 연필심, 담뱃잎 같은 보르도 특유의 뉘앙스가 뒤를 받친다. 오크 숙성에서 온 바닐라와 정향도 은은하게 얹힌다. 생줄리앙은 흔히 포이약의 힘과 마고의 우아함을 함께 지녔다고 평가받는 산지인데, 딸보는 그 균형을 잘 보여준다. 타닌은 촘촘하지만 거칠지 않아, 어린 빈티지도 디캔팅 한 시간이면 편하게 마실 수 있다. 16~18도로 내는 것이 좋다.
페어링 추천
스테이크와 양고기가 정석이다. 지방이 있는 붉은 고기가 타닌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한식이라면 갈비찜이나 불고기처럼 간장 양념을 쓴 고기 요리와 잘 맞고, 숙성된 하드 치즈도 좋은 짝이다.
여담
재미있는 건 딸보가 레드로만 유명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밭에서 소량 만드는 화이트 와인도 있는데, 생줄리앙은 레드만 인정하는 아펠라시옹이라 이 화이트는 보르도 등급을 달지 못한다. 여담으로 딸보에는 세컨 와인도 있어서, 본가가 부담스러울 때 브랜드의 성격을 훨씬 낮은 가격에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