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리버 (Margaret River)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는 호주 대륙 남서쪽 끝, 인도양으로 툭 튀어나온 반도에 자리한 산지다. 호주 전체 와인 생산량의 2%밖에 안 되지만 프리미엄 와인 시장 점유율은 20%가 넘는, “적게 만들고 비싸게 파는” 호주 와인의 귀족 동네다. 서핑 성지와 와인 명산지가 한 동네라는 점도 이곳만의 정체성이다.
논문 한 편이 만든 산지
마가렛 리버의 역사는 특이하게도 논문에서 시작됐다. 1965년 농학자 존 글래드스톤스가 “이 지역 기후가 보르도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이를 읽은 의사들이 취미 반 확신 반으로 포도밭을 개간한 것이 시작이다. 바스 펠릭스(Vasse Felix, 1967), 모스 우드, 컬렌 — 초창기 와이너리 설립자 상당수가 실제 의사였다. 논문의 예측은 적중했다. 인도양이 사방을 감싸 기온 변화가 완만한 해양성 기후에서, 보르도 품종들이 원산지 못지않게 자라기 시작했다.
카베르네와 샤르도네 — 두 개의 왕좌
마가렛 리버의 시그니처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블랙커런트와 삼나무 향에 자갈 같은 단단한 구조 — 호주에서 가장 보르도에 가까운 스타일로, 바로사 쉬라즈의 풍만함과 정반대 방향에서 호주 레드의 격을 증명한다. 화이트의 왕좌는 샤르도네다. 르윈 에스테이트(Leeuwin Estate)의 아트 시리즈 샤르도네는 “남반구 최고의 샤르도네” 후보로 항상 거론되는 아이콘이다. 소비뇽 블랑-세미용 블렌드(SSB)도 이 지역의 일상 화이트로 사랑받는다.
여담
포도밭에서 차로 10분이면 세계적 서핑 포인트가 나온다. 오전에 서핑, 오후에 와이너리 투어가 실제로 가능한 유일한 명산지급 지역이다.
르윈 에스테이트는 매년 포도밭 한가운데서 콘서트를 연다. 톰 존스, 스팅이 다녀간 이 무대는 남반구 와이너리 공연의 원조 격이다.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명산지 중 하나라 필록세라가 아직 한 번도 침입하지 못했다.
마가렛 리버 카베르네에는 현지 명물 소고기(마블링 좋은 와규 스타일)가 정석 파트너다. 한국식 숯불 소갈비, 립아이와 정확히 호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