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오타고 (Central Otago)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는 뉴질랜드 남섬 깊숙한 내륙, 남위 45도에 자리한 세계 최남단 와인 산지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그 설산과 협곡 사이에서, 세계 피노 누아 지도의 판도를 바꾼 신흥 강자가 자랐다. 역사는 30여 년에 불과하지만, “부르고뉴 바깥 최고의 피노 누아” 논쟁에 반드시 이름이 오르는 곳이다.
극한이 만든 피노 누아
센트럴 오타고는 뉴질랜드에서 유일한 대륙성 기후 산지다. 바다의 완충이 없어 여름 낮은 뜨겁고 밤은 차갑게 식으며, 서리 위험이 수확 직전까지 따라다닌다. 이 아슬아슬한 조건이 역설적으로 피노 누아의 이상향이 됐다 — 강렬한 자외선(남반구 오존층 영향)이 껍질을 두껍게 만들어 색과 향을 농축시키고, 큰 일교차가 산도를 지켜낸다. 그 결과물은 다크체리와 야생 타임(백리향) 향의, 부르고뉴보다 과일이 진하면서도 구조가 살아 있는 스타일이다. 펠튼 로드(Felton Road), 리폰, 투 패덕스가 이 스타일의 간판이다.
골드러시의 땅
이 지역의 첫 포도는 1860년대 골드러시 때 프랑스 광부가 심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상업 양조는 1987년에야 시작됐다. “포도가 익기엔 너무 남쪽”이라는 통념을 깨는 데 한 세대가 걸린 셈이다. 지금은 밴녹번, 기브스턴, 벤디고 등 소구역별 개성 비교가 애호가들의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여담
세계에서 가장 풍경이 극적인 와이너리 지역으로 꼽힌다. 번지점프의 발상지 퀸스타운이 차로 30분 — 오전에 번지점프, 오후에 피노 누아 시음이 가능한 유일한 동네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여러 장면이 이 지역 협곡에서 촬영됐다. “미들어스에서 자란 피노”라는 마케팅이 농담이 아니다.
센트럴 오타고 피노 누아는 오리고기와 교과서적 궁합이다. 한국식으로는 훈제오리, 양갈비, 버섯 요리와 잘 맞는다.
서리와 싸우기 위해 헬리콥터를 띄워 공기를 섞는 진풍경이 봄마다 펼쳐진다. 한 병의 피노 뒤에 헬기 비용이 숨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