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마라탕과 와인은 현대 페어링의 최고 난도 도전 과제다. 마(麻)의 얼얼함 — 혀를 마비시키는 산초의 감각 — 은 매운맛(랄, 辣)과는 다른 차원의 자극이라, 웬만한 와인은 마라 앞에서 존재감을 잃는다. 하지만 공략법은 존재한다.

추천 와인
제1원칙 — 알코올은 낮게, 단맛은 살짝, 향은 강하게. 이 삼박자를 갖춘 답이 오프드라이 리슬링(모젤 카비네트급)과 게뷔르츠트라미너다. 리슬링의 단맛이 얼얼함을 진정시키고, 게뷔르츠의 리치·장미 향은 마라의 향신료 폭격에 향으로 맞서는 알자스 공인 카드다. 기포로 리셋하고 싶다면 모스카토 다스티 — 낮은 도수(5%)와 단맛이 마라탕 앞에서 사실상 음료수처럼 일한다. 로제 당주의 은근한 단맛도 같은 원리의 대안이다.

페어링 포인트
피할 것 — 타닌 강한 레드와 오크 강한 화이트. 산초의 얼얼함이 타닌·오크의 쓴맛과 만나면 금속성 불쾌감이 증폭된다. 마라 단계(소·중·대)가 올라갈수록 와인의 단맛도 한 단계씩 올리는 것이 실전 요령이다.

여담

산초의 얼얼함은 미각이 아니라 진동 감각(약 50Hz의 촉각 자극)이라는 연구가 있다 — 마라는 맛이 아니라 물리 현상이라는 뜻이다.
마라탕+리슬링은 MZ 페어링 모임의 신흥 단골 미션이 됐다. “마라탕에 와인이 된다고?”의 설득 성공률이 의외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