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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투스칸 혁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볼게리의 습지에 카베르네를 심은 마리오 인치자 델라 로케타 후작, 그리고 끼안띠 한복판에서 규정을 정면으로 어긴 피에로 안티노리 — 한 사람은 몽상가였고 한 사람은 경영자였으며, 놀랍게도 두 사람은 한 집안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와인을 바꾼 혁명이 사실은 가족사였다는 이야기다.
마리오 인치자 델라 로케타 — 경주마를 기르던 몽상가
마리오 인치자 델라 로케타(1899~1983)는 피에몬테 출신 귀족으로, 와인보다 말로 먼저 전설이 된 사람이다. 그가 길러낸 경주마 리보트(Ribot)는 16전 16승 무패로 은퇴한, 지금도 경마사 최고의 명마로 꼽히는 챔피언이다 — 혈통에 대한 집착과 긴 안목이라는 그의 기질은 말에서 먼저 증명됐다.
그 기질이 와인으로 향한 계기는 결혼이었다. 부인 클라리체 델라 게라르데스카는 토스카나 해안 볼게리 일대를 소유한 유서 깊은 가문의 딸 — 후작은 처가의 땅 테누타 산 귀도에 정착했고, 젊은 시절부터 동경하던 보르도의 순종 와인을 이 땅에서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1940년대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을 때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볼게리는 와인 산지 취급도 못 받던 해안 지대였고, 자갈투성이 밭에는 사시까이아(돌밭)라는 이름이 붙었다.
진짜 놀라운 것은 그다음 20년이다. 후작은 1948년경부터 와인을 만들었지만 팔지 않았다 — 가족과 지인들만 마시는 사적인 와인으로 셀러에 쌓아두며, 병 속에서 세월이 무엇을 하는지 홀로 지켜봤다. 오래 묵은 병들이 보르도 그랑 크뤼처럼 피어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1968 빈티지를 첫 상업 출시로 세상에 내보냈다. 조급함이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데뷔였다.
안티노리 — 1385년부터 이어온 26대의 상인 귀족
안티노리 가문의 와인 기록은 1385년, 조반니 디 피에로 안티노리가 피렌체 양조업자 길드에 가입한 문서로 시작된다. 이후 6백 년 넘게 단 한 번도 가업이 끊기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와인 기업 중 하나다. 르네상스 피렌체의 상인 귀족답게 안티노리의 재능은 양조와 경영의 결합 —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만큼 세상에 파는 법을 아는 가문이었다.
26대손 피에로 안티노리(1938~)는 그 유산의 정점이다. 1966년 20대에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끼안띠의 낡은 규정이 토스카나 와인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했고, 1971년 화이트 품종을 빼고 카베르네를 섞은 티냐넬로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등급 강등을 감수한 도박이었지만 결과는 역사가 됐다 — 이어 카베르네 주도의 솔라이아(1978)까지, 안티노리는 슈퍼투스칸이라는 단어의 절반을 책임지는 이름이 됐다.
두 가문을 잇는 다리 — 델라 게라르데스카 자매
여기서 가족사가 등장한다. 로케타 후작의 부인 클라리체와 피에로 안티노리의 어머니 카를로타는 델라 게라르데스카 가문의 자매였다. 즉 피에로에게 로케타 후작은 이모부 — 어린 피에로는 산 귀도의 이모부 댁에서 아무도 모르는 카베르네 와인을 맛보며 자랐다. 볼게리라는 땅 자체가 두 사람의 공통 처가·외가였던 셈이다.
이 혈연은 사업으로 이어졌다. 후작이 사시까이아를 세상에 내놓기로 했을 때 유통을 맡은 것이 조카 피에로의 안티노리였고, 결정적으로 안티노리의 전속 양조가 자코모 타키스가 산 귀도로 파견돼 사시까이아의 양조를 현대적으로 다듬었다. 타키스는 사시까이아를 완성하고, 티냐넬로를 창조하고, 솔라이아까지 설계한 인물 — 슈퍼투스칸 3대 전설이 전부 한 양조가의 손을 거쳤으니, 두 가문의 혁명은 기술적으로도 한 뿌리였다.
그 후 — 각자의 왕국
훗날 사시까이아는 후작의 아들 니콜로 대에 유통을 독립시켰고, 1994년 볼게리 사시까이아 DOC라는 단독 등급까지 받으며 완전한 자기 왕국이 됐다. 안티노리는 반대로 볼게리에 직접 진출했다 — 구아도 알 타쏘라는 대형 에스테이트를 세워, 이모부가 개척한 해안에 조카 가문이 성을 지은 모양새다. 현재 안티노리는 피에로의 세 딸이 이끌며 27대째로 넘어갔고, 장녀 알비에라가 6백 년 가문 최초의 여성 회장이 됐다.
여담
델라 게라르데스카라는 이름이 낯익다면 단테 때문이다 — 신곡 지옥편에서 탑에 갇혀 아사하는 우골리노 백작이 바로 이 가문 사람으로,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비극의 주인공 중 하나다. 그 가문의 땅에서 7백 년 뒤 이탈리아 와인의 부활이 시작됐으니 묘한 반전이다. 여담으로 산 귀도로 가는 길은 카르두치의 시로 유명한 사이프러스 가로수길인데,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이 노래한 그 길 끝에 사시까이아의 밭이 있다 — 시와 경주마와 와인이 한 가족 안에서 만나는, 이탈리아라서 가능한 이야기다.